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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불안 속에서 붙잡은 믿음(마태9: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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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연중 14주 월요일

(호세 2:16-18, 21-22 / 시편 145:2-9 / 마태 9:18-26)

 

절망과 불안 속에서 붙잡은 믿음

 

가끔 병원에 병문안 하러 갈 때마다 저는 거기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봅니다. 간단한 병으로 통원치료 하러 온 사람부터 급하게 응급실로 실려오는 사람, 수술 후 투병 중인 입원환자 그리고 심지어 장례식장에서 슬퍼하는 유족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봅니다. 실로 병원은 우리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병고와 죽음에 처한 여인과 소녀 그리고 그 가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회당장의 딸은 막 숨을 거뒀고, 그래서 모든 희망이 끝난 오로지 절망과 슬픔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또한 12년 동안 하혈병을 앓던 여인 역시 갖가지 방법을 다 해 봤지만 모두 허사가 되었고 그래서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던 상태였습니다.

절망과 불안 속에서 이들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찾아갑니다. 회당장은 자신의 딸을 살려 달라고 간청했고, 하열병을 앓고있던 여인은 예수님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져서 치유 받으려고 하였습니다. 모두 상식 밖의 행동이자, 당시 율법규정을 어기는 행동이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요? 죽은 자를 살려 달라고 하는 것이 어디 말이나 되나요? 이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예수께서 회당장의 집에서 곡하는 사람들 보고 ‘그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잠들어 있다’고 말씀하시자 모두 코웃음만 쳤다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일 것입니다. 그리고 하혈병을 앓고있던 여인은 당시 율법규정에 따르면 불결한 사람이기 때문에 일반인과 접촉하면 안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그 여인이 병으로 고통받는 것은 딱하게 여길지라도 법 규정을 어기면 안된다고 하였던 것입니다. 얼핏 보면, 사람들이 너무 몰인정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만일 오늘날 어떤 사람이 사정이 딱하다고 해서 법을 어기는 행동을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태도를 취하겠습니까?

자연의 법칙과 인간의 법 규정 속에 갇혀 무기력해진 그들. 그래서 오직 믿을 것이라곤 하늘의 자비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들에게 예수께서는 임마누엘 하느님이 되셨습니다. 임마누엘-‘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마태2:23)! 예수님은 그저 평화로울 때, 기쁠 때만 우리와 함께 계시지 않고 우리가 슬프고, 아프고, 심지어 죽음의 골짜기를 걸을 때도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두 개의 기적 이야기는 바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계시하신 기쁜 소식, 기쁜 사건입니다.

우리가 믿는 주님은 바로 이런 분이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것을 믿을 때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어려움과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힘이 솟구쳐 오를 것입니다. 그 힘은 바로 ‘믿음’입니다. 이럴 때 예수님이 그들에게 하신 말씀, “안심하여라,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하였다”라는 메시지가 우리의 삶 한 가운데로 ‘성육신(incarnation)’할 것입니다. 이것이 절망을 이기고 심지어 죽음도 이기는 믿음의 힘입니다. 그러기에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은 모든 환란과 역경을 이기고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했던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호세아 예언자는 절망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다음과 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는 그녀를 꾀어내어 광야로 데리고 가서 사랑을 속삭여 주리라. 거기서 포도원을 마련해 주고 고난의 골짜기를 희망의 문으로 바꾸어 주리라”(호세2:14-15) 하느님의 이 약속을 믿기에 우리는 그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광야를 순례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광야는 지금은 아골 골짜기, 고난의 골짜기이지만 우리는 그것이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실 희망의 문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오늘 시편처럼 “당신 업적 세세에 전해지고 찬란한 그 공적 대대손손 알려 지리이다. 당신의 명성, 그 찬란함, 나는 당신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리이다”(시편 145: 4, 6)라고 찬미와 찬양을 드릴 것입니다.

예수님을 향한 믿음으로 절망과 불안에서 해방된 회당장과 그의 딸, 그리고 하열병 앓던 여인처럼 우리의 믿음도 더욱 깊어져서 모든 역경을 이겨내서 주님으로부터 구원의 손길을 받는 희망의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임마누엘 주님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