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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따르는 길(마태 16: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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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연중18주 금요일

(마태 16:24-28)

 

예수를 따르는 길

 

오늘은 아씨시의 클라라(Clara) 성녀 축일입니다. 클라라 성녀는 ‘제2의 프란시스(Alter Franciscus)’로 불릴 정도로 프란시스 성인이 추구한 청빈과 겸손의 영성을 철저히 추구하신 분이십니다. 그리고 성녀가 작성한 수도회 규칙은 여성이 최초로 작성한 규칙서로서 그리스도교 여성사에 큰 영향을 끼친 분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 중 세가지를 상기해 봅시다.

첫째 말씀은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입니다. 이 말씀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따르는 첫번째 조건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십자가’입니다. 그것도 예수님의 십자가가 아니라 자기자신의 십자가입니다. 흔히들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합니다. 시편저자도 “인생은 기껏해야 칠십 년, 근력이 좋아야 팔십 년, 그나마 거의가 고생과 슬픔에 젖은 것, 날아가듯 덧없이 사라지고 맙니다(시편90:10)”라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서도 인생의 고통과 무상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려는 자에게 인생의 고해라는 십자가에 떠밀려서 살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나서라고 촉구하십니다.

둘째 말씀은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입니다. 이순신 장군도 예수님과 똑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임진왜란 때 한산도 앞바다에서 결전을 앞두고서 부하들에게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이라는 비장한 말씀을 하시고, 마침내 승리를 일구어 내셨습니다. 이와 같이 예수님을 따르는 길도 굳은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습니다.

세번째 말씀은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입니다. 이 말씀 이야말로 앞의 두 말씀의 목적입니다. 우리가 인생의 고통이라는 십자가를 기꺼이 지는 것도, 주님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도 모두 궁극적으로는 내 목숨, 내 생명을 얻기 위함인 것입니다. 한글성경에는 ‘목숨’, 영어성경에는 ‘soul’, 중국어성경에는 ‘生命’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 가리키는 바는 바로 참되고 대체불가능한 나의 본래 모습이자, 하느님처럼 거룩하게 되는 것입니다. 십계명에서도 “나 야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레위19:2)”라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십자가를 진다는 것, 희생을 한다는 것을 내가 남들보다 힘이 없어서 당하는 것, 남들 보다 손해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희생’을 뜻하는 영어단어 sacrifice의 라틴어 어원이 sacrum(성스러운) facere(만들다)라는 점을 안다면, 우리가 주님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은 바로 주님께 나를 바침으로써 나를 성스럽게 만드는 과정인 것입니다. 십자가없이 부활이 오지 않는 것처럼, 나를 성스럽게 만드는 희생없이 나는 주님처럼 거룩해지지 않습니다. 오직 십자가의 길, 희생의 길을 걸을 때 나는 이 세상 어느 것 과도 대체 불가능한 생명, 영혼, 목숨을 얻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을 따르는 유일한 길이요, 이것이 구원의 길입니다.

이것은 단지 나에게만 국한되질 않습니다. 만일 여러분 가정을 살리고 싶습니까? 그러려면 여러분을 희생하십시오. 그래야 여러분도 살고, 가정도 삽니다. 우리 교회를 살리고 싶습니까? 그러려면 여러분을 희생하십시오. 그래야 여러분도 살고, 교회도 삽니다. 우리사회를 살리고 싶습니까? 그러려면 여러분을 희생하십시오. 그래야 여러분도 살고, 사회도 삽니다. 이처럼 희생이라는 과정은 나와 내 주변을 성스럽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희생과 헌신이 나를, 우리 가정을, 우리 교회를, 그리고 우리사회를 거룩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것이 우리를 위해 구원의 길을 걸으신 예수님을 따르는 길입니다.

물론, 이 길은 쉬운 길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도 게세마니 동산에서 공포와 번민에 싸여 “아버지! 이 잔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소서(마르14:36)”라고 기도하지 않았습니까! 성서는 그 때 성부께서 천사를 보내시어 힘을 북돋아 주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루가22:43-44 참조) 마찬가지로 우리가 희생과 십자가를 감당키 어려워 힘들어 할 때, 주님은 당신의 은총으로 우리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청빈과 겸손의 모범을 보여주신 성 클라라 축일에 우리는 예수님을 따르는 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위해 희생하는 길입니다. 오직 그 길만이 나와 가정, 교회와 사회를 거룩하게 하는 길이요, 생명을 잃지않게 하는 길입니다.

이 시간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주님의 도우심을 간구합시다. 연약한 우리를 잘 아시는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고 힘을 북돋아 주셔서 우리에게 맡겨진 이 길을 잘 감당하고 마침내 승리의 월계관을 쓸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시간이 되시길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