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말씀과 신앙나눔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로마 13:8-10 / 루가 14:25-33)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로마 13:8-10 / 루가 14: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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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연중 31주 수요일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우리 교회는 전 세계에 걸쳐 있는 성공회 형제자매 교회 간의 상통과 일치를 위한 4가지 도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 ‘세계 성공회 협의회(Anglican Consultative Council 약칭: ACC)’가 있습니다. ACC는 주교, 사제, 신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성공회 내외적으로 직면하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하여 함께 모여 논의하고 연구하고 조언해주는 곳입니다. 2016년 ACC에서 ‘제자도와 제자삼기(Intentional Discipleship and Disciple-Making)’란 제목으로 공식문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문서는 성공회 신자가 단지 ‘신자’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그리스도의 제자로 되어가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올해 10월 한국의 3개 교구 주교님들이 참석하신 미얀마에서 열린 ‘동아시아 성공회 주교회의’에서도 세계 성공회가 정한 핵심 방향인 ‘제자도’에 대하여 진지한 토의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모든 믿는 이들이 ‘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온 선교구호가 아닙니다. 이것의 근원은 예수님께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특히,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가 되기 위해선 어떠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말씀해 주시고 계십니다. 그것도 3차례에 걸쳐 강조하십니다. 첫번째 강조구절은 26절입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올 때 자기 부모나 처자나 형제자매나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여기서 미워한다는 표현에 대하여 오해할 소지가 있어서 히브리어 특성에 대해서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히브리어와 예수님이 사용하셨다는 갈릴리 지방어인 아람어에서는 비교급 표현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족이나 자신을 미워하라’는 표현은 진짜로 미워하라는 것이 아니라, ‘덜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겠다고 하면서 자기 혈육이나 자신을 더 사랑한다면 진정한 제자가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두번째는 27절입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세번째는 33절입니다: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

“자기자신을 덜 사랑하라”, “자기 십자가를 져라”, “자기가 가진 것을 버려라”.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한 이 모든 말씀의 의미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小我를 벗어나서 大我로 나아가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참된 나, 하느님과 일치된 나, 세상만물과 하나된 내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를 비롯해 내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물건이나 사람들 속에 갇혀 있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구약에서는 십계명과 율법을 지키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선 단지 계명준수라는 소극적인 실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사도 바울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율법을 완성하는 일입니다.”(로마 13:9-10) 그렇습니다. 사랑은 모든 율법의 마침표이자 완성입니다. 사랑할 때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가 됩니다. 그것은 사도 바울이 말씀하셨듯이, “아무리 해도 다할 수 없는 의무”인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먼저 신중히 숙고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창피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비유를 들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기초를 놓고도 힘이 모자라 완성하지 못한다면 보는 사람마다 ‘저 사람은 집 짓기를 시작해 놓고 끝내지를 못하는구나!’하고 비웃을 것이다.”(루가14:29-30) 이 대목에서 우리는 고민에 빠집니다. 세례 받아 이미 신자가 된 우리들은 예수님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데 이제 어찌해야 되나? 그분을 따르자니 어렵고, 따르지 않자니 큰 일이고…… 참으로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잘 알고, 우리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도울 협조자이신 성령을 보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을 위해 성부께 간절히 기도 드리신 것처럼 우리를 위해서도 함께 해 주십니다. 요한복음에 예수께서는 십자가 사건을 앞두시고 다음과 같이 격려해 주셨습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16: 33)

솔직히 말해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길은 쉽지 않습니다. 그 길은 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고, 나에게 부과되는 십자가를 기꺼이 져야하는 자기희생입니다. 그러나 그 길은 사랑의 길입니다. 증오와 미움과 질투와 복수는 어떤 의미에선 삶에 에너지를 주기도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나와 모두를 파멸로 몰아갑니다. 오직 사랑만이 나를 살리고 우리를 살리는 길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그 길을 가신 분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사랑의 길을 함께 걷자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리고 협조자 성령을 우리에게 보내시어 용기를 주십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예”하고 응답하며 하루를 여시길 바라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