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예수님에 대하여)3. 예수님은 많은 이름을 가졌다(2)

(예수님에 대하여)3. 예수님은 많은 이름을 가졌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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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대략 서른 살 즈음에 세상에 나오셨고 복음서들은 그 이후의 행적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그 이전의 삶도 있었음에 분명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말을 무척 아끼는 편이다. 그저 탄생 때 있었던 놀라운 일 몇 가지, 이를테면 동정녀 탄생이라든가, 동방박사의 경배라든가, 목자들이 들었던 하늘의 찬양, 그리고 이집트로 피신 갔다가 온 일 등등이 있다. 또한 예외적으로 예루살렘 대성전에 순례를 갔다가 당대 최고의 학자들과 논쟁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온다(루가 2,41-52). 그러나 이들 모두는 예수님이 원래부터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보도들이기에 예수님의 공생애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예수님이 처음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아마 공생애 초기부터 보여준 파격적인 행보 때문이었을 것이다. 갖가지 기적들과 놀라운 선포의 말씀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거침없는 도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예수님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당시 예수란 흔하디흔한 이름이었다. 자음인 을 볼 때 이사야, 호세아, 요수아, 요셉 등등이 같은 어원을 가진 이름들임을 알 수 있다. ‘하느님께서 구원하리라는 뜻이다. 그렇게 많고 많은 예수 중에 우리의 예수님은 나자렛 출신이다. 따라서 출신지를 앞에 붙여 나자렛 예수라 부르게 된 것이다. 역사적인 이름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 정도로 예수님의 존재가 확정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또 한 가지 이름은 메시아였다. ‘기름 부은 받은 이라는 뜻을 가진 메시아는 원래 관직에 오른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오늘날 마치 임명장을 받듯이 당시에는 소뿔을 안쪽을 파서 기름을 담은 뒤 이를 관리의 머리에 쏟아 부어 임명한 데서 유래한다. 하지만 예수님 당시에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 메시아라 하면 특히 이스라엘을 강국으로 만들었던 다윗 왕 시대를 재현할 인물로 여겨졌다. 그러니까 메시아는 철저히 정치적인 인물이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은 대대로 다윗 왕의 영광을 가져올 메시아를 기다려왔다. 그에 따라 많은 메시아들이 이스라엘 역사에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역사적으로 기록될 만한 인물로는 기원 132-135년에 벌어진 제 2차 유대 독립전쟁을 이끌었던 바르 코흐바’(별의 아들)가 메시아로 여겨졌는데, 랍비 아키바 벤 요세프가 그를 메시아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비록 예수님을 두고 당대 어떤 유명한 랍비도 메시아로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예수님이 메시아 자격을 충분히 갖춘 인물로 보았다. 아니다! 예수님의 활약을 보면 충분히 메시아감이지만 출신성분까지 완전한 것은 아직 아니었다.

메시아로 확인되기 위해서는 몇 몇 조건이 필요했다. 우선 다윗의 직계 후손이어야 하고 다윗이 태어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야 하며 메시아가 오기 전에 엘리야가 등장해 메시아 오심을 예고해야 진정한 메시아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예수님은 그 삼박자 조건을 완벽하게 맞춘 분이다. 그 사실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알듯이 마태오복음 1-2장과 루가복음 1-2장에 잘 기록되어 있다. 이상한 사실 한 가지는 요한복음에서 발견되는데, 어떤 사람들이 그리스도(메시아의 헬라어 번역)가 갈릴래아에서 나올 리가 없지 않느냐? 성서에도 그리스도는 다윗의 자손으로 다윗이 살던 동네 베들레헴에서 태어난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의문을 표시했다는 점이다(요한 8,41-42). 나자렛이 갈릴래아 지역에 속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무엇인가 껄끄러운 면이 있다. 단순히 그 사람들이 과문한 탓에 무식한 소리를 했다고 치부하면 그뿐이겠지만 말이다.

예수님과 붙어 다녔던 이름인 메시아다윗의 후손’(마르 12,37)이라는 호칭과 같은 뜻이다. 예수님이 부활승천한 후 복음이 이스라엘을 넘어 동방과 유럽으로 퍼져나가자 메시아라는 이름은 곧바로 번역되었다. 헬라어로 기름은 크리스마’, 기름과 관련된 있는 사람은 크리스토스’, 그리고 크리스토스와 관련 있는 사람들은 크리스티아노스’(사도 11,26)이라 불렀다. 우리 발음으로 하면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이 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공식적인 호칭이 생겨난 유래다.

오늘날 학계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 속에 역사의 예수신앙의 그리스도라는 두 차원이 들어있다고 정의 내린다. 후대의 시각으로 이름을 분석한 셈이다. 사실 예수는 평범한 이스라엘 남성의 이름이었고 그리스도는 의미가 충분히 가미되어 있는 이름이니 둘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다만 예수 그리스도가 이스라엘에서 기대했던 메시아(이른바 메시아 대망待望사상)와 판이하게 다른 분이라는 사실은 꼭 기억해두어야 한다. 예수님은 결코 정치적인 메시아가 될 수 없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