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박태식의 함께 사는 이야기 (영화평) 5일의 마중

(영화평) 5일의 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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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뉴 커런츠(New Currents) 분야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았다. 모두 12편의 영화들이 출품되었는데, 한 결 같이 아시아권에서 주목받는 신예 감독들의 작품들이었다. 영화제 기간 중 일주일을 각국 심사위원 다섯 사람이 찰떡처럼 붙어 다니며 12편의 영화를 보았고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쳐 최우수작으로 <당신의 시간은 지금 몇 시?>(What’s time in your world?, 사피 야즈다니안Safi YAZDANIAN 감독, 극영화, 이란, 2014, 101)를 선택했다.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성격의 사랑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와 견줄 수 있는 영화로 장예모 감독이 7년 만에 공리와 함께 한 <5일의 마중> 역시 새로운 방식의 사랑이야기를 선보였다.

1970년대의 중국 대륙은 홍위병들이 흔들어대는 붉은 깃발로 가득 찼었다. 모택동이 주도한 문화혁명이 일어났던 시기였는데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숙청을 당했고 모택동의 정적들이 제거되었다. 당시 유럽 등지에서 공부한 바 있는 지식인 공산주의자들이 숙청의 주된 대상이었고 이로써 이른바 정풍운동이 그 실효를 거두었다고 한다. <5일의 마중>(극영화, 중국, 2014, 109)은 문화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살았던 가족사를 다룬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에 한 가족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라든가 문화혁명의 모순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아련한 사랑 이야기라 해야 옳다.

펑완이(공리)에게는 17년 전에 반동분자로 낙인찍혀 옥에 갇힌 남편 루엔스(진도명)가 있다. 자세히 언급하진 않지만 남편이 불어를 한다는 사실을 미루어볼 때 정풍운동의 중요 대상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탈옥해 아내와 달아나려 남몰래 고향에 돌아온다. 그렇게 집에 들렀다가 우연히 자신의 딸을 만나고 내일 아침 일찍 엄마에게 역의 육교로 나와 달라는 전갈을 건넨다. 루엔스로서는 아기 때 헤어졌던 딸과 처음 만나는 감격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딸 단단(장혜문)의 생각은 달랐다. 반동분자의 딸로 오랫동안 차별 당했던 그녀는 아빠를 당에 고발하고 만다.

딸에게 배신당해 사랑하는 남편과 지척에서 헤어진 아내 펑완이, 그녀는 결코 딸을 용서할 수 없었다. 펑완이는 딸을 집에서 내쫓았고 그들의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루엔스가 석방되어 사회에 복귀한다. 그런데 아내는 남편을 기억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후 부분 기억장애가 왔기 때문이다. 영화의 본격적인 시작은 이때부터다. 과연 어떻게 루엔스는 펑완위에게 자신을 증명할 수 있을까?

장예모 감독은 영화에서 사랑의 진행이 아니라 사랑의 본질을 설명하려 한다. 루엔스와 펑완위의 사랑은 20년 전의 충동적인 호르몬 배출이 아니라 두 사람이 헤어져 지냈던 20년 동안 그 진가를 발휘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은 깊어져갔고 마침내 한없는 기다림속에서 사랑은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다. 펑완위의 몸은 비록 세월을 따라 기울어갔지만 루엔스를 향한 사랑은 결코 기울어가지 않는다. 그들의 사랑은 영원을 약속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본 공리는 등이 곧게 펴진 당당한 여성에서 구부정한 초로의 여인으로 변했다가 파파 할머니가 될 때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런 연기를 보여주었다.

<5일의 마중>은 기억을 중요한 소재로 삼았다. 펑완위가 기댈 곳은 오로지 (년도와 달도 없는) 그저 5일에 도착한다는 남편의 편지일 뿐이다. “5일에는 남편을 마중 나가야 해요.”

‘5일의 마중은 펑완위의 유일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