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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 사목서신_8월 15일 성모안식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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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교우 여러분!

주님의 평화와 보살피심이 섬기시는 교회와 가정 위에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역사상 가장 뜨겁고 메마른 여름을 보내면서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소비가 만들어낸 기후 변화와 재앙이 막연한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음을 절감했습니다. 다시 한 번 창조주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아 창조 질서를 회복하고,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우리 교회에게 맡겨진 매우 중요한 선교의 사명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또한 모두가 지치고 힘겨운 혹서기를 지낼 때 여러 여름 행사와 신앙 프로그램으로 땀 흘려 애쓰신 모든 분들께 깊은 경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교우 여러분! 그리고 성직자와 수도자 여러분!

저는 하느님께서 128년 전에 우리 대한성공회를 이 땅에 심으신 이유를 되새기며, 우리 교회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첫출발이 성직자의 선교적 인사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년 4월 주교 서품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의 성직자 인사제도가 선교 중심으로 변화,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습니다. 2016년도 주교 선출을 위한 교구 의회 직전에 있었던 성직자원과 평신도원 포럼에서 성직자의 인사제도 개선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고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또한 2017년 초 제가 피선주교 신분으로 가졌던 성직자, 평신도 간담회와 그 해 6월에 있었던 성직자 워크숍에서도 선교중심의 인사제도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화와 논의를 정리해서 작년 제53차 교구의회에서는 전체 대의원에게 선교중심의 성직자 인사를 단행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주교서품 후 매 주일마다 지역교회를 순방하면서 교회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애찬을 나눈 후 간담회를 가지면서 교우 여러분이 교구에 무엇을 원하고 기대 하는지, 아주 다양한 의견을 경청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의견 가운데 가장 중점적으로 제기된 의견은 바로 성직자의 인사문제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하듯이 지금까지 해오던 성직자 인사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사회 문화적 상황에서 올바른 선교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 교회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선교과제는 ‘어떻게 새로운 신자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와 ‘미래 세대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신앙 유산을 어떻게 이어가게 할 것인가?’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린이 청소년들의 인구가 격감하는 인구 절벽의 위기 속에 있습니다. 청년들의 삶은 곤고해지고 있습니다. 개신교 여러 교파 교회에서는 교인 이탈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성공회의 많은 교회에서도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부 교회를 제외하고는 한 해 동안 한 명의 새신자조차 얻지 못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저는 지난 5년간 교구의회 보고서에 있는 지역교회의 출석 신자와 영성체 신자 수 그리고 결산 내용을 살피면서 많은 교회가 매우 심각한 침체상태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관행에 따른 인사로는 목회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나아가 장기적인 선교 비전과 책임 있는 사목을 실현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성직자의 소명과 은사를 식별하고 공동체의 선교비전을 세워나갈 수 없습니다. 그동안 공개적이고 투명한 원칙이 작동하지 않는 인사 관행으로 인해 오히려 성직자의 인사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쌓였고 교회 안에는 심한 갈등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더 이상 인사 관행의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 판단하고 성직자 인사를 위한 과정과 방식 그리고 논의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서울교구 전체 성직자와 교회의 상태를 파악하여 2019년 2월에 성직자 인사를 단행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공개적이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논의과정을 통해 성직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은사와 능력 그리고 목회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파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와 상응하여 교회 공동체의 핵심 가치와 선교 비전이 해당 성직자와 잘 어우러지고 협력 사목과 선교가 가능하도록 초대하는 과정과 절차를 거칠 것입니다.

현행 서울교구 법규 성직자 인사규정 제7조에는 ‘교구장은 성직자를 본교회의 관할사제로 발령할 경우에는 해당 교회의 총사제 및 신자회장과 사전협의 후 인사발령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사전협의 과정을 더욱 진지하고 합리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교구에는 교구장 직속으로 ‘성직자 파송위원회’를 구성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교회에서는 ‘성직자 초대위원회’를 구성하는 지침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하여 안내할 것입니다. 이 방식에 대한 논의는 이미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러 차례 이루어졌고 약속된 바 있습니다. 저는 이런 틀 안에서 선교라는 최우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2019년 2월 인사를 단행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역교회에서는 금년 9월 중에 새로운 교회위원을 선출하고 신자총회를 통해서 새로운 평신도 리더십을 구성하게 될 것입니다. 관할사제와 새로운 평신도 리더십을 중심으로 교회 공동체의 선교지향과 비전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모든 성직자와 지역교회는 보다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앞으로의 사목과 선교에 대한 비전을 작성하시어 교구 (성직자 파송위원회)에 제출하셔야 합니다.

사회선교기관 역시 선교가 최우선의 가치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와 사회선교기관의 선교가 다를 수 없습니다. 모든 선교기관이 보다 긴밀히 지역교회와 협력하고 교류하길 희망합니다. 교회의 선교적 가치와 비전이 관철되어야 교회의 선교기관으로서 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선교기관은 교회와 지역사회의 가교로서 역할을 감당하고 지역주민들을 섬기는 가운데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면서 복음을 전파해야 합니다. 이것이 사회선교기관의 운영과 인사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더 이상 운영과 관리만을 위한 사회선교기관 수탁은 지양할 것입니다.

저는 이 모든 과정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서울교구의 모든 조직과 행정력을 동원할 계획 입니다. 아울러 교구 상임위원회와 깊이 상의하고, 총사제회의를 통해서 지혜를 구하며 여러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성직자 여러분들과 신자들의 이 해와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성직자 여러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가 되고, 성공회 전통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교구는 지역교회의 선교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지역교회와 사회선교기관은 교구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성공회가 이렇게 주님의 제자로서 충성을 다할 때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선교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우리들이 주님의 신실한 종으로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섬기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헌신 할 때 주님께서는 우리 교회를 복된 교회, 건강한 교회로 만들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모쪼록 선교중심의 인사를 단행하기까지 기울였던 모든 노력과 기도가 귀한 열매를 맺도록 마음과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8월 15일 성모안식 축일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이경호 베드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