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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칠은(성령강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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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주일(사도 2:2-21 / 로마 8:22-27 / 요한 15:26-27, 16:4-15)

 

성령칠은(聖靈七恩)

 

견진 성사 때 혹은 성직서품 때 부르는 성가 중 ‘임하소서, 성령이여’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우리 성가집 314장에도 실려 있는 이 곡은 10세기 이전부터 라틴어로 불려진 그레고리안 성가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예식 때 이 성가를 부르거나 듣고 있으면 참으로 제 마음이 경건해 지고, 성령의 기운으로 이 예식을 거룩하게 변화시켜 주시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늘은 성령강림 주일입니다. 전통적으로 이 날은 교회의 생일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오늘 들은 독서 사도행전 2장에 오순절날 예수님의 제자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 성령께서 세찬 바람과 혀 같은 모양으로 불길처럼 각 사람 위에 내리자 성령의 인도로 여러가지 외국어로 말하기 시작하면서 예루살렘에 모여든 대중들에게 담대히 기쁜 소식을 전하는 첫 전도활동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교회의 탄생은 성령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으로 세상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라는 절망적 사건과 빈 무덤 발견과 부활한 예수님을 만난 충격적 사건을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추종자들은 여전히 불안하고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순례하러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오순절 기간에도 여전히 자기들끼리 모여 문을 꼭꼭 닫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기도하고 또 기도하였던 것입니다.

이 때 성령께서 그들에게 임하셨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불길에 사로잡혀 담대히 주님의 게시를 전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배반했던 베드로가 구약의 예언서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설교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마지막 날에 나는 모든 사람에게 나의 성령을 부어주리니 너희 아들 딸들은 예언을 하고 젊은이들은 계시의 영상을 보며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사도 2:17-18)

그렇습니다. 성령은 불확실한 미래에 어찌할 바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비전을 보여 주시고, “이젠 늙어서 아무 것도 하기 글렀어”라고 하는 인생의 패배자, 늙은이들에게 “아니야, 넌 아직 꿈이 있고 할 수 있어”라고 희망의 꿈을 불어 넣어 주십니다. 이렇게 해서 교회가 탄생한 것입니다. 교회는 바로 성령의 인도로 구원의 계시를 먼저 보고, 그 꿈을 자기 것으로 해서 마침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성령께서 주시는 은총입니다. 교회는 후에 이것을 성령이 주시는 일곱가지 선물, 즉 ‘성령칠은’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일곱가지 은총이란, 우리의 지성영역에 해당하는 ‘지혜, 통달, 의견, 지식’과 의지영역에 해당하는 ‘용기, 효경, 경외심’입니다.

성령칠은에 대하여 하나씩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지혜(Sapientia, Wisdom)입니다. 슬기 라고도 번역할 수 있는 이 은총은 내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실천하게 해 주는 지혜입니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자신의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판단하고 결정함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일들이 갈등에 휩싸이는 것을 겪지 않았습니까? 오직 성령이 주시는 슬기로움을 받을 때 만이 참으로 지혜로운 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통달(Intellectus, Understanding)입니다. 깨달음 혹은 이해 라고도 번역할 수 있는 이 은총은 진리의 말씀을 잘 깨달아서 겉모습 속에 있는 참된 실재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갖게 해 줍니다. 오늘날 같이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휘둘리는 현대인들에게 아주 필요한 은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의견(Consilium, Counsel)입니다. 심리학에서 상담 이라고도 하고, 경영학에서는 경영진단으로도 사용합니다. 이것은 개인이건 집단이건 간에 자신을 정확히 볼 수 있게 판단하고 식별하게 도와준다는 의미입니다. 성령께서는 이 선물로서 신자 혹은 교회가 살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상황속에서 하느님 보시기에 무엇이 올바른 건지 식별하도록 도와 줍니다.

넷째, 지식(Scientia, Knowledge)입니다. 하느님이 창조한 세상은 실로 수많은 지식의 보화입니다. 성령은 우리가 지식의 은총으로 이 세상의 보화를 찾게 도와 줄 뿐만 아니라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도와 주십니다.

다섯째, 용기(Fortitudo, Fortitude)입니다. 인내라는 뜻도 담겨 있는 이 말은 예수님처럼 자신의 십자가를 지면서 하느님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의미합니다.

마지막 두개의 은총인 효경(Pieta, Piety)과 경외심(Timor Domini, Fear of Lord)입니다. 동양식으로 ‘경천애인(敬天愛人)’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즉 하느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특히, 효경이라는 사람의 감정은 맹자의 측은지심과 일맥상통합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이 인간의 나약함과 죄에도 불구하고 불쌍히 여기시고 자비와 사랑을 베푸시는 그 마음을 닮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령은 이 은총으로 우리가 서로를 자비와 사랑으로 대하도록 해 주십니다.

교우 여러분은 이 중 어느 선물이 나에게 그리고 우리 가정에 그리고 우리 교회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교회에서 견진 성사와 성직서품식 때 왜 성령칠은을 간구하시는지 이해가 되시나요? 그것은 신앙이 온전해 지기 위해서 그리고 교회에 전적인 봉사를 위해 자신을 봉헌하는 성직자들에게 성령께서 주시는 이러한 일곱가지 은총이 꼭 필요하다는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성령을 얻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실은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는 더 유익하다. 내가 떠나가지 않으면 그 협조자가 너희에게 오지 않을 것이다.”(요한 16:7)

예수께서 부활하심으로써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셨듯이, 제자들도 육신의 나사렛 예수가 아닌 부활하신 새로운 존재 그리스도를 깨달아야만 했습니다. 성령칠은으로써 그들은 그 참뜻을 깨우치고 용기를 갖고 선교의 첫 걸음을 내디딘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살면서 부딪히는 역경에 어떻게 반응합니까? 혹시 오순절 다락방에 있는 제자들처럼 계시는 것은 아닌가요? 우리 교회 그리고 우리 성공회는 지금의 역경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오순절 다락방에 모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걱정하며 기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그럴 때 협조자이신 성령의 도우심, 성령이 주시는 일곱가지 은총을 달라고 간청합시다. 그러면 성령께서 우리 각자에게 그리고 우리 교회와 우리 성공회에 오셔서 다시 일어설 일곱가지 은총의 선물을 주셔고 장벽을 허물고 전진할 수 있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마치 지난 4월 27일 오랜 적대관계였던 남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38선을 넘나든 것처럼 말입니다.

성령강림주일을 맞이하여 우리 각자가, 우리 가족이, 우리 교회가, 우리 교단이, 그리고 우리민족에게 막혔던 답답함들이 성령께서 주시는 은총의 선물로 뚫려서 새롭게 탄생하는 계기가 되길 기원합니다. 우리의 협조자이신 성령 하느님의 이름의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