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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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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마태 28: 8-15)

뜻밖의 진실과 만났을 때

사서오경 중 하나인 대학(大学)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心不在焉,视而不见,听而不闻,食而不知其味)” 이것은 마음이 없으면 모두 스쳐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마음이 있으면 스쳐가는 것도 내 것이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 들은 복음에서 우리는 두 부류의 사람들을 만납니다. 한 부류는 예수님을 따르던 여인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무덤을 지키는 경비병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각각 또 다른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데 여인들은 예수님의 제자들과, 경비병들은 예루살렘 성전의 대사제들과 닿아 있었습니다. 여인들과 경비병들 모두 천사들과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반응과 이후의 대처방식은 완전히 상반됩니다.

먼저, 여인들을 봅시다. 오늘 복음 앞부분에는 빈 무덤 안에 예수님의 시신은 없고 천사가 나타납니다. 복음저자는 여인들이 이 광경을 보고, 또 천사들의 메시지를 듣고서 “무서우면서도 기뻤다”(28:8)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목도했을 때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은 무서움입니다. 가령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는데 죽었다고 알고있는 사람이 사라져 보이지 않고 대신에 유령 같은 천사가 나타나 “그 사람은 살아있다”고 할 때, 놀라고 무서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동시에 그것은 기쁜 일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나와 아무 관계없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여인들은 두려움과 기쁨이 혼재된 상태에서 무덤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뜻밖의 진실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부활한 예수님’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다가오시며 “평안하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여인들은 예수님의 두 발을 붙잡고 엎드려 절합니다. 부활한 예수님의 몸을 만지면서 그들은 두려움보다 기쁨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두려워하지 말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28:10)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겁 많고 나약하고 그래서 배신하고 도망친 제자들을 “형제”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주도적으로 인간세상에 오신 것처럼, 부활하신 예수께서 도망친 나약한 제자들에게 먼저 다가오십니다. 그것도 우리를 당신의 벗이요, 형제로서 올려 주시면서 말입니다.

다음으로 경비병들을 봅시다. 그들의 마음에 예수님은 그저 십자가 형벌로 처형당한 사형수에 불과합니다. 다만,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경비를 서는 임무를 맡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들도 인간의 경험세계로 상상할 수 없는 뜻밖의 진실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일에 대해 자신들을 고용한 성전의 대사제들에게 소상히 보고했습니다. 그러자 대사제들은 돈을 쥐어 주며 진실을 거짓으로 조작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들의 마음에 예수라는 존재는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진실보다 돈을 위해서 기꺼이 거짓의 편에 가담합니다. 설교 도입부에 인용했던 대학의 구절, “보고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바로 경비병들과 대사제들에게 해당된다고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부활한 예수와 함께 진정한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기회! 이것이 오늘 복음에서 주님이 우리를 초대하는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론 제자들처럼 나약해서 진리가 어려움을 당하고 외면 받을 때, 용기 있게 진리 편에 서지 못하고 슬그머니 침묵을 지키거나 심지어 도망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편으론 진리의 소리가 남아있어 예수님의 시신을 모신 무덤 언저리를 맴돌았던 여인처럼 마음 한 편에 남겨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주님은 먼저 다가오시며, “내 형제여, 내 벗이여, 평안하냐?”하고 말씀을 건네십니다.

주님은 이런 분이십니다. 우리를 너무도 잘 아시고 그러시기에 먼저 오셔서 우리를 일으켜 세워 주시고 우리를 당신의 벗이요, 형제로 불러 주시는 분이십니다. 이것이 부활의 은혜입니다. 우리가 겨자씨만한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그분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여러분 마음에 오시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