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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후 목요일(루가24: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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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설교문

사도3:11-26 / 시편 8 / 루가24:35-48

감각적 신앙

그리스도교 영성에는 여러가지 기도방식이 있는데 그 중 ‘관상(contemplation)’이란 기도방법이 있습니다. 이 관상기도에는 크게 두 가지 기도전통이 있습니다. 하나는 마치 선(禪)불교처럼 무념무상을 목표로 자신을 비워 나가 하느님의 신비에 도달하는 관상 전통인데, 흔히들 ‘향심기도(centering prayer)’라고 부릅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들이는 관상 전통입니다.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St. Ignatius of Loyola)이 저술한 ‘영신수련(Spiritual Exercises)’은 상상력을 활용하는 기도훈련을 가장 체계적으로 서술한 책입니다. 이러한 상상력을 동원한 관상 중에 ‘오감묵상(五感默想)’이란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다섯가지 감각인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사용하여 성경에 계시된 예수 그리스도를 관상하고 그 분과 더욱 깊은 인격적 관계를 맺는 것을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은 오감묵상을 활용하여 예수님과 깊이 만날 수 있는 훌륭한 기도 소재입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자 제자들은 놀랍고 무서워서 안절부절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내 손과 발을 보아라. 만져 보아라.”하시며, 구운 생선 한 토막을 “그들이 보는 앞에서 잡수셨다”고 합니다. (24:37-43 참조)

우리는 제자들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날 순 없지만, 관상기도를 통하여 예수님과 제자들이 만난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가 예수님과 인격적 만남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상상력을 통하여 특별히, 오감을 활용하여 예수님의 손과 발에 있는 못자국을 ‘보고’, ‘만지고’, 그 분의 목소리를 ‘듣고’, 예수님께서 잡수시는 구운 생선 냄새를 ‘맡고’, 그 분과 함께 생선을 먹으면서 그 맛을 ‘음미’해 봅니다. 이러한 관상기도를 통하여 성령께서는 내가 시간을 초월하여 예수님과 깊이 만날 수 있는 은총을 비추어 주십니다.

그리고 그 분께서 제자들에게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나에게도 들려주시는 말씀을 들어 봅시다. 그러면 주님께서는 나의 “마음을 열어 주시며”(24:45) 당신의 구원 신비를 가르쳐 주시고, 깨닫게 해주시고 마침내 복음의 증인으로 파견하십니다.

우리 각자는 이러한 관상기도를 통하여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이 성경 속 문자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내 영혼 심지어 내 오감을 통해 내 몸에까지 스며듭니다. 그리하여 나 역시 그분의 제자가 되고, 그분의 사도가 됩니다. 이처럼 관상기도는 우리의 신앙을 더욱 생동감 있게 하고, 하느님과 나를 더욱 인격적 관계로 변화시킵니다. 이것이 기도가 주는 신앙의 은혜입니다.

우리는 비록 예수님 시대 사람들처럼 그 분을 감각적으로 접할 순 없지만, 성령의 도우심으로 관상 속에 오감으로 예수님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함께 먹고, 만질’ 수 있습니다. 이제 예수님은 활자 안에 갇힌 존재, 우리 머리 속에서 논리적으로 추리되고, 생각되고 심지어 연구되는 존재가 아니라 생생하게 감각적으로 다가오시는 분이 되십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토마사도처럼 예수님을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하기까지 우리는 참으로 많은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 교회의 전례와 성사를 통해서, 사제들의 설교와 신자들의 신앙간증을 통해서,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을 통해서 조금씩 그분을 알아갑니다. 오늘 제가 소개한 감각적 관상 역시 여러분이 예수님을 “나의 주님”으로 고백하고 받아들이시는 여정에 좋은 영적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시간을 내어 주님과 당신 만이 만날 수 있는 공간에서 관상할 때 주님께서는 당신을 보시고, 당신의 소리를 들으시며, 당신의 체취를 맡으시고, 당신을 어루만지시며, 마침내 당신과 함께 생명의 양식을 맛보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