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말씀과 신앙나눔 “기적”을 볼 수 있는 안목(로마 1:1-7 / 루가 11:29-32)

“기적”을 볼 수 있는 안목(로마 1:1-7 / 루가 11: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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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연중 28주 월요일 (로마 1:1-7 / 루가 11:29-32)

기적”을 볼 수 있는 안목

오늘 들은 제1독서는 사도 바울이 쓴 로마서의 첫 부분 인사말입니다. 로마서는 신약성서 배열순서 상 가장 먼저 온 첫째 서간이고 제일 길고 신학적인 내용도 가장 풍부합니다. 그것은 사도 바울이 자신의 활동이 원숙한 말년에 써서 그렇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는 로마서 앞머리에서 두가지 중요한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부르심 받은 원천이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은총이 유대인 안에만 머물지 않고, 모든 이방인들 에게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갈릴리와 유다라는 제국의 변방이 아닌, 제국의 심장부인 로마에서 말입니다. 실로 기적과도 같은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복음에서도 ‘기적’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예수께 뭔가 기이하고 신기한 일들을 일으켜 주길 원하지만, 예수께서는 “요나의 기적 밖에 따로 보여 줄 것이 없다”(루가11:30)고 탄식하십니다. 아시다시피, 요나는 당시 북 이스라엘 왕국을 무너뜨린 아시리아 왕국의 수도 니느웨 백성을 회개시키라는 하느님의 명을 거역하다가 고래 밥이 되어 사흘 만에 빠져나온 사람입니다. 요나 예언자가 이렇게까지 하느님의 명을 거역했던 것은 비록 남북으로 갈라지긴 했지만 하느님의 선택된 백성 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킨 원수의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이 생각하는 증오를 초월하여 원수 같은 이방민족에게까지 나아갑니다. 그리하여 니느웨 백성은 회개하여 하느님의 벌을 면하게 되었습니다. 요나의 기적은 바로 하느님 사랑의 지극한 경지를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예수님은 요나의 기적을 언급하면서 당신이 이러한 하느님 사랑의 기적을 실현하겠다고 암시하십니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 선민의식을 가진 유대인들에게 자신들이 완고하게 붙잡고 있는 낡은 사고방식에서 깨어나오지 않는다면 장차 그들이 깔보고 멸시한 이방인들에 의해 단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십니다. 당시 유대인들에게 실로 충격적인 말씀입니다. 그것은 마치 매주 주일을 경건하게 지키고 교회에서 가르치는 각종 계명과 교리를 충실하게 행하는 크리스찬을 향해서 “심판의 날 당신들이 평소에 구원받지 못할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는 비신자들이 심판대에 앉아 여러분을 판단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만약 그런 말을 들으신다면 여러분은 어떤 심정이겠습니까?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러면 왜 그들은 예수님한테 그런 말을 들어야 했으며, 지금 우리도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오늘날 우리는 경전(Canon)으로 정리된 성경을 읽고, 교회의 전통이 알려주는 다양한 가르침에 의해 2000년 전 갈릴리 목수의 아들 나자렛 사람 예수가 우리 인간을 구원하신 그리스도라는 것을 믿고 고백하고 있지만, 그러한 것이 없었던 2000년 전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은 ‘기적’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여러 예언자 중에 하나였고, 좋은 말씀을 전하고 때때로 병을 치유하는 좀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그러하기에 그들은 예수님 보다는 좀 더 자극적이고 강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기적들’을 요구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한 기적현상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불러 일으킬 순 있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 완고한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을 뒤집을 만큼 깊은 내적인 기적, 회심으로 까지 인도하긴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기적은 ‘나’라는 존재가 변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원천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에서부터 나옵니다.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했던 사도 바울이 완전히 변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가 된 것이 바로 진정한 ‘기적’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통해 주님은 외부의 기적을 요구하기 이전에, 나 자신이 기적이 되라고 하십니다. 그러기 위해선 각자가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기적’을 볼 수 있는 혜안(慧眼)을 가져야 될 것입니다. 불완전하고 온갖 감정과 사고의 틀에 갇힌 우리에게 이러한 요청은 어쩌면 참으로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겸손히 성령의 도우심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참으로 성령만이 우리의 감긴 눈을 뜨게 해 주시고, 굳어진 마음을 녹여 주시고, 닫힌 사고를 열어 주셔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놀라우신 ‘기적’을 체험하게 하고, 더 나아가 내 자신을 온전히 변화시켜 주시는 ‘내적혁명’이 일어나게 해 주실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모든 기적의 원천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성령으로 우리 각자를 변화시켜 주시고, 우리 교회를 변화시켜 주시고, 우리 사회와 우리 나라를 변화시켜 주시는 그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길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