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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것이 드러날 때(루가4: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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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연중22주간 월요일

(1고린 2:1-5/루가 4:16-30)

 

거룩한 것이 드러날 때

 

루마니아 출신인 세계적인 종교학자 멀치아 엘리아데(Mircea Eliade)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 중 하나인 『성과 속: 종교의 본질』에서 종교를 “거룩한 것의 경험”, “거룩한 것의 나타남(Hierophany)”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종교의 핵심은 ‘거룩함’, ‘성스러움’이며, 이 거룩하고 성스러운 것이 드러나는 것이 모든 종교의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우리가 이 아침 성당에 모여 예배를 드릴 때, 거룩한 것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거룩한 것을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우리 대부분은 엘리아데처럼 명쾌하게 표현하지는 못하더라도 나름의 방식으로 떠오르는 단어, 이미지, 느낌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여러가지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표현들 밑바탕에 있는 공통된 생각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거룩함, 성스러움 이란 일반적인 것과 뭔가 ‘구별’되는 ‘어떤’ 것이다. 저의 이 말에 여러분도 비슷하게 느끼시나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고향 나사렛 안식일 회당에서 예배 중 성경말씀을 읽으신 후, ‘은총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 전례용어로 표현하자면 ‘설교’를 하신 겁니다. 엘리아데의 종교개념으로 볼 때, 예수님은 회당에서 당신의 거룩함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사람들은 모두 예수님을 칭찬하였고, 그분이 하시는 은총의 말씀에 탄복하였다고 합니다. (루가 4:22 참조)

그런데 반전이 일어납니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하고 수군거렸다”(루가4:22) 성서는 이렇게 간단하게 기술하고 있지만, 그 행간을 상상해 보자면 아마도 이런 분위기 아니었을까요? – “혼인도 하기 전에 임신한 여자 랑 결혼한 그 요셉의 아들이 저 아이야?”, “우리 랑 살았을 때는 그저 그런 애였는데, 광야에 나갔다가 세례자 요한한테 세례 받더니 무슨 재주가 생겼는지 다른 곳에서는 사람도 고치고 다닌다며?” 등등.

거룩함이 드러나는 예배공간에서 사람들은 세속의 가치와 경험으로 ‘드러난 거룩함’을 평가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드러난 거룩함은 닫히고, 거룩한 공간과 시간은 갈등과 시기, 다툼과 배척이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현상으로 뒤 덥히고 말았습니다. 급기야 한 동네에서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 고향사람 예수를 집단살인까지 하려고 하였고, 예수님은 성난 그들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당신의 길을 가셨습니다.

은총의 말씀에 탄복했던 것에서부터 집단광기에 휩싸여 살인까지 저지르려 했던 이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여러분은 무슨 느낌이 드셨나요? 어쩌면 우리도 정도는 덜하지만 이런 경험을 겪고 있지 않나요? 아침에 성스러운 공간에서 경건한 모습으로 거룩함을 받아들였다가 예배가 끝난 후 불쾌한 전화 한 통화 또는 일하는 곳에서 유쾌하지 못한 사람과 일들로 불화가 치밀었던 적은 없었나요? 아마도 우리는 거룩함과 상스러움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내가 예수님처럼 은총의 말씀을 했다가 배척을 당할 수도 있고, 반대로 상대방의 은총의 ㅁㅁㅁㅁㅁㅎ말씀을 내가 배척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도 그리고 상대방도 거룩함을 드러낼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의식하고 실천하려는 사람이 종교인입니다. 종교인은 거룩함을 알아차리는 사람, 거룩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종교인이 집안, 재물, 지위, 타인의 평판 등과 같은 세속적 가치에 붙잡혀 있다면, 오늘 복음에서 들으신 것처럼 우리는 나사렛 목수 요셉의 아들 예수 안에 담겨 있는 ‘거룩함’을 결코 깨달을 수 없을 것입니다. 거룩함은 그 거룩함을 볼 눈이 있을 때 볼 수 있고, 들을 귀가 있을 때 들을 수 있습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주님은 우리에게 거룩함의 씨앗을 심어 주셨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처럼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을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라고 선포할 수 있는 성스러운 자질을 갈고 닦아야 함과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에서 여러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거룩함을 발견하는 영적 감수성도 키워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여러분 모두가 거룩한 자가 되시기를 그리고 일상 안에서 거룩함을 발견하는 은총의 때를 맛보시기를 희망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