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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 다른 생각(요한 18: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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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씀: “아무튼 네가 왕이냐?”

 

오늘의 묵상: 같은 말, 다른 생각

 

대화나 토론을 하다 보면 같은 말을 하고 있는데, 그 말에 대한 개념이나 생각이 서로 달라서 어려움을 겪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이런 뜻에서 이야기했는데, 상대방은 저런 뜻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나마 이러한 점을 발견하고 서로 오해한 것을 인정함과 동시에 그 말에 대한 공통점을 찾는다면 다행이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자신이 규정한 뜻을 고집하면서 서로 입씨름을 벌이다 대화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복음을 읽으며 예수님과 빌라도의 대화도 이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대화의 조건은 동등하지 않습니다. 한쪽은 끌려왔고, 다른 한쪽은 판결을 내리는 입장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예수님이 말하는 ‘왕’과 빌라도가 묻는 ‘왕’은 단어는 같지만 기실 다른 개념, 다른 뜻이었습니다. 그러니 대화를 통해 만나지 못하고 서로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당신의 왕국에 대해 그리고 진리에 대해 이야기해도 빌라도는 “아무튼 네가 왕이냐?”며 자신이 정한 틀 안에서만 판단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예수님의 죄명은 처음부터 설정된 ‘유다인의 왕 나사렛 예수’으로 정해졌습니다.

우리 주변에 수많은 소통장애를 봅니다. 말이 어눌 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현란한 말의 잔치에도 불구하고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말의 결투 속에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서로가 ‘왕’이 되고 싶은 욕망의 충돌만 있습니다. 예수님이 생각하는 왕처럼 진리를 증언하려는 자세를 가졌다면, 진리가 무엇인지 경청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교회 달력으로 한 해를 마감하는 왕이신 그리스도 축일에 진리를 경청하고 그 진리를 증언하는 겸손한 왕이신 예수님을 닮을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오늘의 기도: “진리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겸허하고 열린 마음을 주소서.”